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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산자연휴양림-'한겨울 솔캠' 진정한 휴식과 힐링을 위한 미니멀 캠핑

한국 견문록 [GO 캠핑]

by RehDen 2021. 5. 1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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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캠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찰떡입니다. 장거리 등산을 하다 밤이 오면 산에서 자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게 비박입니다. 비박은 다른 말로 하면 노숙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산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 지새는 일을 비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캠퍼들 사이에선 비박이란 용어가 조금 다르게 사용됩니다. 대형(장비 등을 생각하면 80L 전후) 배낭에 이것저것 장비를 때려 넣고, 혼자나 커플이 다른 사람이 없는 외딴곳(이런 곳이 꼭 오지는 아닙니다)에서 하룻밤 자는 것을 말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미니멀 캠핑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표현입니다.

 

미니멀 캠핑의 상징! 가벼운 2인용 텐트. #힐맨 클라우드2.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 #낙엽송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있다.

 

저는 지난해 연말 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주말마다 높은 산들을 올랐습니다. 주로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등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니멀 캠핑을 했습니다. 12월 말이면 정말 강추위가 몰려오는 때인데요, 그날 저는 강원도 춘천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지고 캠핑을 즐겼습니다.

 

사실 캠핑을 가려고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등산의 한 부분으로 캠핑을 한 것입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인 오봉산과 용화산을 1박 2일에 걸쳐 등산 하는 중간에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오봉산-용화산 등산 기록.

 

용화산자연휴양림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사여골길 294에 있습니다. 용화산 정상 기준ㅇ 남동쪽에 있고요, 동쪽으로 오봉산이 있습니다. 휴양림은 정상 기점으로 오봉산과 용화산 중간 정도에 위치합니다.

 

휴양림은 용화산 동남쪽 능선이 계곡을 형성하는 중산간에 위치합니다. 깊은 숲 속에 안겨 있습니다. 주로 낙엽송이 빼곡히 심겨 있고요. 아름드리 나무들이 경사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원래 있던 원시림에 낙엽송 등 조림이 잘 되어있는 곳입니다.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 전경.

 

용화산자연휴양림 가운데로 계곡이 흐릅니다. 제법 덩치가 큰 바위들 사이로 물살이 세차게 흐릅니다. 수량이 정말 풍부합니다. 한겨울인데도 물소리가 우렁차네요. 다만 휴양림을 조성하면서 계곡을 정비해서 인위적인 모습입니다. 그냥 원래 모습대로 계곡을 유지했으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습니다.

 

제가 캠핑을 한 날은 2020 12 30일입니다. 이날 아침 일찍 집에서 춘천 오봉산 등산로로 향해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오봉산 5개 봉우리와 정상을 찍고 내려와 차를 타고 용화산자연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저녁이 되기 전에 휴양림에 와서 짐을 풀었습니다.

 

용화산자연휴양림 안에 흐르는 계곡.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데크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낙엽송이 빼곡히 자란 완만한 비탈에 야영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야영장 사이로 좁은 아스팔트 길을 내 차가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테크는 나무들 사이사이에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반 오토캠핑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자연입니다. 숲이 우거지고, 나무들이 정말 높게 서 있습니다. 밑둥은 아름드리까지는 아니지만 굵습니다. 일반 캠핑장에서 가녀린 나무에 기대 잠을 청할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다릅니다. 산속 깊은 곳에 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휴양림이 위치한 곳도 깊은 산속입니다.

 

자연휴양림 안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고요, 산책로는 용화산이나 오봉산에 오를 수 있는 등산로와 연결돼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식생에 조림을 더해 숲이 아름답습니다. 관리가 잘 된 숲이란 느낌이 듭니다.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 내 휴식시설.

 

편의시설은 잘 되어 있습니다. 우선 자연휴양림이기 때문에 국가(산림청)나 지자체(강원도 or 춘천시)에서 관리합니다. 관리가 정말 잘 됩니다. 용화산자연휴양림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국유림입니다. 야영장과 숲속의집(펜션)을 운영합니다.

 

야영장 중간에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등이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공공발주를 넣어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빨간 벽돌에 직사각형 건물입니다. 지붕은 짙은 갈색으로 얹어져 있습니다. 흡사 군대 막사를 연상시킵니다. 공공발주 건축은 디자인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 내 화장실과 샤워실, 개수대 건물.

 

내부 시설은 좋습니다. 개수대 상태는 최상입니다. 벽면에 ‘ㄷ’자 형태로 개수대가 설치돼 있고요, 중앙에 재료 손질이나 요리를 할 수 있게 아일랜드 식탁처럼 생긴 넓은 콘크리트+타일 식탁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화장실도 쾌적합니다. 냄새가 나지 않고요. 변기나 세면대 청소 상태가 훌륭했습니다. 샤워실도 좋습니다. 다만 샤워실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이용료를 내고 샤워실 이용 카드를 사 와야 합니다. 카드 보증금과 이용료를 내고서, 나중에 돌아갈 때 카드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 내 개수대 시설(위 2장)과 화장실(아래 왼쪽)과 샤워실(아래 오른쪽)

 

야영장 각 사이트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난방 및 보온 장치 없이 온전히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봉산에서 용화산으로 가는 능선에서 하룻밤 미니멀 캠핑을 하려고 했는데요, 국립공원 및 국유림(시유림)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정당하게 돈을 내고 자연휴양림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난방장치 등이 없이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캠핑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기온은 밤 12시 기준 예보상 마이너스(-) 15도 정도였습니다. 체감온도는 한 마이너스(-) 25도 안팎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9시가 넘어가면서 바람이 정말 무섭게 불었습니다.

 

캠핑을 한 날 기온은 밤 12시 기준 마이너스(-)15도 였습니다. 체감온도는 25도 정도 되는 듯합니다. 너무 추워서 밖에 놓아둔 소주가 땡땡 얼었습니다. 텐트 표면도 죄다 얼어 붙었습니다.

 

추웠지만 꿀잠을 잤습니다. 침낭 덕분입니다. 웰컴아웃도어에서 예전에 공구한 폴란드 예티사의 노라 900 골드 침낭입니다. 950FP의 구스다운을 900그람 충전했습니다. 내한온도는 컴포트(편안한 수면) 기준 마이너스(-) 21도입니다. 최저기온 마이너스(-) 30도까지 잠을 잘 수 있다고 설명서에는 돼 있습니다. 솔직히 마이너스(-) 20도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충전량이 더 높은 이글루 1200으로 가야 할 듯합니다. 

 

더불어 이날 입고 갔던 구스다운 패딩을 발 쪽에 덮어 보온력을 극대화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이 없었다면 발이 시려서 못 잘 뻔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은 윈드스토퍼 원단을 적용한 제품으로 네파에서 나왔습니다. 코벤트 고어 윈드스토퍼 구스다운재킷이 정식 명칭이네요. 가성비 최고입니다.

 

극한의 추위에서 나를 지켜준 예티 노라 900골드 침낭과 구스다운 패딩.

 

텐트는 제가 20대부터 사용하던 힐맨 클라우드2를 사용했습니다. 힐맨은 가성비 백패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죠. 텐트 색감이 조금 촌스럽지만 그래도 실용성이 좋습니다. 무게도 적당하고 폴대나 팩도 두랄루민 만들어져 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텐트 재질도 나일론이라서 질깁니다. 10년 정도 사용했는데 아직 짱짱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 입김이 침낭 표면에 붙어 얼었다. 극한의 추위가 실감난다.

 

이날 최대 미스는 바닥 에어매트였습니다. 네이처하이크에서 나온 에어매트90인데요. 발로 밟아서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장돼 있습니다. 집에서 확인을 안 하고 갔더니, 어딘가 바람이 세더군요. 그리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에어매트가 얼었습니다. 아무리 발로 밟아도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에어매트를 포기하고 차에 있던 돗자리와 여분의 하계 침낭을 깔고 잤습니다.

 

힐맨 클라우드2 텐트. 아침에 일어나니 내 입김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텐트에 붙어 얼어붙었다.

 

온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침낭에만 의지해 잠을 자는 것은 사실 극한에 가깝습니다. 너무너무 춥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날 저녁도 먹을 겸 불을 피웠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자연휴양림은 동계나 산불 예방 기간에 불을 피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숯은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나무 장작은 불씨가 날려서 안 되지만 숯은 불씨가 안 날리니 괜찮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숯으로 불을 때서 양갈비를 구워 먹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날 미니멀 캠핑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저 혼자 등산하고 캠핑하는 자유를 누렸습니다. 마누라님께서 허락하셔서 호사를 누렸지요~(너무너무 감사하옵니다. 사랑하는 마누라님.)

 

진정한 힐링과 자연에서의 휴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이런 미니멀 캠핑이 어떨까요? 인적인 드문 한겨울 자연휴양림은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휴식처입니다. 추위를 심하게 타시는 분들은 전기장판 가져가시면 될 듯합니다.

 

다만 불을 피울 수 없어 불멍은 못 한다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그러나 숯불멍도 좋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숯 표면 에서 이글거리며 산화하는 작은 불꽃이 미니멀 캠핑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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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매우 주관적인 평가임)

-용화산자연휴양림 야영장 서울 동쪽(송팡, 강동, 광진) 기준 접근성은 대략 80점(1분20~1시간40분 이내.)

-캠핑장 시설 및 청결도는 90점(화장실, 샤워실 청소상태 좋고 시설도 깔끔.)

-캠핑장 주변 환경은 100점(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 풍경이 아주 좋음. 나무들이 멋있고, 식생이 다양함.)

-캠핑장 규모 및 안전성 등은 90점(규모가 크고 펜스 등 안전시설이 잘 돼 있음. 아이들이 다칠만한 요소는 많지 않음.)

-아이들 놀이시설은 20점(모래놀이터, 팡팡장, 수영장 등 아예 없음. 다만 여름에 계곡에서 물놀이 가능.)

-사장님 마인드 및 서비스 친절도 100점(사장님이 없음. 관리 소장님이 계심. 소장님 및 직원들 모두 친절하심. 야영장 관리도 엄청 잘 되고 있음.)

-예약 편의성 및 카드 사용, 현금영수증 발급 여부 100점(산림청에서 만든 숲나들e 앱을 통해 예약하면 됨. 카드 사용, 현금영수증 발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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