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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1

한국 견문록 [국내여행]

by RehDen 2020. 5. 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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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의 백미는 뭘까.

나는 주로 걷고, 등산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자동차를 타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좋은 곳을 구경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좋아한다.

어느 때는 한적한 숙소를 정해 며칠씩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해 무작정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창 밖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과 비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웃도어 활동이다.

 

2019년 11월10일 제주도 동쪽 표선면에 위치한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을 걸었다.

그 무렵 아내는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직하기 전 휴식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제주에서 한적한 숙소를 빌려 며칠씩 머물면서 지냈다.

여행의 마지막 무렵 나는 일주일 휴가를 내고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 걷기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올레길이다.

나는 올레길 절반 정도를 이미 완주했다. 

올레길은 참 아름답다. 하지만 걷기에 적합한 길은 아니다.

아스팔트 구간이 너무 많아 발이 아프기도 하고, 뙤약볕에 금세 체력이 고갈되기도 한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그 길은 제주의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도 든다.

또 걷다보면 주요 관광지를 만나게 되는데 차도, 사람도 너무 많아 걷기에 부담스러운 상황도 연출된다.

제주도에 내려온 김에 한적한 곳을 찾아 혼자 걷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걸을 장소를 찾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점심 식사 후~저녁 식사 전의 약 6시간 정도였다.

올레길은 피하고 싶었고, 한라산을 다녀오기에는 반나절이란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내가 친히 검색을 해 주었다.

"여보, 갑마장길이란 곳이 있어, 여기 걸어보는 건 어때?"

이름부터 생소했다. 갑.마.장...이 뭘까...

갑마장길은 '갑마장'이란 용어에서 따온 명칭이다. 

갑마장은 조선 시대 갑마()를 사육하던 지역을 일컫는다. 

조선 시대에는 최고 등급의 말을 갑마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말들만 모아서 기르던 곳이 갑마장이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은 고려와 조선 시대부터 중앙(개성, 한양)에 진상하던 말들을 기르던 목장터가 많은 곳이었다.

그중 가장 규모가 컸던 녹산장이라는 산마장(말을 키우는 곳)이었다.

표선면 가시리 큰사슴오름(대록산) 앞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번널오름과 소록산 일대 대평원을 끼고 있어 말을 키우기에 조건이 좋았다.

조선 정조 때 녹산장은 갑마를 키우는 목장으로 지정됐다.

녹산장(갑마장)에서 주변 목장에서 선정된 갑마를 일시적으로 사육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오름과 오름 사이에 평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갑마장길은 이 평원과 오름 몇 개를 걷는 코스로 총길이는 20km 정도다. 

갑마장길을 조금 짧게 체험할 수 있는 코스도 있는데 명칭은 쫄븐 갑마장길이다. 

'쫄븐'은 '짧은'의 제주도 지역어이다. 

쫄븐 갑마장길의 총 길이는 10.3km이다.

갑마장길을 완주하는 데는 최소 6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쫄븐 갑마장길은 3시간 안팎이면 완주가 가능할 것 같다.

갑마장길은 목장터를 한바퀴 도는 코스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점과 종착점이 따로 구분돼 있지만 사실 의미가 없다.

어디서 시작해도 한바퀴 돌면 시작한 그 지점이 다시 종착점이 되는 구조다.

나는 동선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정석비행장 인근 정석항공관  대형주차장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아내가 점심을 먹고 이곳까지 데려다줬다.

약 4시간 정도 걷기로 약속을 하고, 걷기를 마치는 시점에 내가 있는 곳으로 데리러 오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걷기가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었다.

정석항공과 대형주차장에서 대록산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규모가 제법 큰 카페가 있었다.

나는 카페를 지나쳐 곧장 대록산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내 키만큼 높은 갈대들이 엄청난 군락을 이르며 자라 있었다.

갈대 사이로 갑마장길 이정표가 서 있고, 갈대를 밀어내고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갑마장길을 걸으며 길을 잃을 염려는 조금 덜 하다.

하지만 이정표 간 간격이 제법 된다. 방심은 금물!! 열심히 길이 어디일까. 하고 찾으며 걸어야 한다.

대록산 정상 부근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한라산의 능선이 참 아름답다.

대록산까지 오르는 길은 적당히 숨이 차고, 다리가 뻐근한 정도의 난이도다. 

이곳에서 숨을 고르면서 한라산의 능선을 감상하면 피로가 사라진다.

대록산 정상 부근에 오르면 갈림길이 있다. 

왼편으로 산을 한 바퀴 돌아가도 되고, 오른편으로 산 능선을 따라 짧은 코스도 있다.

나는 왼편으로 산 허리를 한 바퀴 돌아서 갔다.

 

대록산을 내려오면 다시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 갈대밭 위에 드문드문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우~웅, 우~웅 소리가 맴돈다.

조금 걷다 보면 이렇게 잣성길이 나온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 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돌담을 따라 걷는 이 길은 참 아름답고 한적하고 고요했다.

돌담 너머 삼나무를 빼곡하게 심어 놓아서 그늘이 제법 깊다. 

돌담길에 듬성듬성 소와 말의 똥이 지뢰처럼 갈려 있는 것만 빼면 꾀 걷기에 좋은 길이다.

 

돌담길을 쭉 걷다보면 저 앞에 따라비오름이 보인다.

따라비 오름을 오르고 다시 내려와 정석항공관 쪽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쫄븐 갑마장길이다.

나는 목적지가 딱히 없었기 때문에 따라비오름까지 올라간 뒤 시간을 보고 코스를 정하기로 했다.

 

2편에서 계속...

https://himalayamontblanc.tistory.com/11?category=8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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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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