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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2

한국 견문록 [국내여행]

by RehDen 2020. 5. 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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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1

https://himalayamontblanc.tistory.com/10?category=891215에 이어서...

 

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1

제주도 여행의 백미는 뭘까. 나는 주로 걷고, 등산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자동차를 타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좋은 곳을 구경하고, 맛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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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록산에서 남쪽으로 길을 잡고 걸으면 왼편으론 잣성길 돌담과 삼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편으론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 구간은 그늘이 제법 만들어져 걷기에 좋다. 간혹 오른편으로 높이 서 있는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제주도 해풍에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정면으로 따라비오름이 바라다 보인다. 그러면, 당신이 정석항공관 주차장에서 쫄븐갑마장길을 걷기 시작했다면, 절반쯤 온 것이다. 따라비오름이 바라다 보이는 구간부터는 다시 그늘이 없어지고 그대로 햇볕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얼굴이 뜨겁지만 눈부신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느껴져 참을만하다. 곧 겨울이 오면 다시 몇 개월 이 빛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빛을 받았다. 

 

나는 이 구간이 쫄븐갑마장길에서 가장 좋았다. 이 구간부터 돌담이 없어지면서 왼편 방목장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기 시작한다. 방목장 안은 갈대를 다 잘라 놓았다. 대평원이라고 칭할 만큼 넓은 평지에 수풀을 모두 잘라 놓았다. 마치 잔디를 심어 놓은 것처럼 표면이 매끈하다. 간혹 운이 좋다면 말들을 구경할 수 있다. 아니면 방목지에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나즈막한 오름은 새끼오름이다. 나는 이 오름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치 동쪽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능선이 부드럽게 하늘로 향한다. 왼편에서 부드럽게 경사가 오른다. 오른편 대지에서 시작된 경사는  왼편보다 조금 가파르다. 두 선이 맞부딪혀 만나는 지점은 날카롭지도, 무디지도 않다. 부드럽게 서로를 껴안은 것처럼 정상을 만들었다.

 

새끼오름은 전체가 삼나무 군락을 이뤄 푸르른 빛을 띤다. 가을을 지나 겨울을 기다리는 평원의 수풀이 갈색빛으로 물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곳에서 나는 배낭을 풀고, 한참을 앉아 새끼오름을 관찰했다. 이날은 바람도, 구름도, 햇볕도 모두 좋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드 넓게 펼쳐진 초지였다. 농사도 짓지 않고, 길도 내지 않은 그곳은 그냥 땅이었다. 아마 이 공간은 조선시대, 고려시대에도 지금 이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장 경계를 표시한 하얀 목책만 없었다면 1000년 전 풍경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겠다는 생가을 했다.

 

 

오랜 쉼을 지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 위로 삼나무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늘이 만들어져 걷기에 수월했다. 새끼오름을 지나 10분 정도 걸었을 무렵 오른편으로 오르막 오솔길이 보인다. 따라비오름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시작부터 경사가 가팔랐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바닥에 야자수 껍질로 만든 매트를 깔아 놓았다. 

 

대록산에서 내려와 줄곧 평지만 걷던 발과 다리가 다시 힘을 쓴다. 그만큼 속도는 줄고, 땀은 더 많이 난다. 숨이 거칠어질 무렵 따라비오름 북쪽 능선에 다다들 수 있었다. 따라비오름은 정상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여렇이다. 한라산 백록담처럼 둥그렇게 분화구가 파여 있고, 그 주위를 능선이 감싸고 있다. 특이하게 남에서 북으로 분화구를 종으로 나누는 능선이 하나 있다. 하지만 다른 능선에 비해 분화구 중심 쪽으로 깊이 꺼져 있다.

 

따라비오름 능선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고 정상인 북쪽 능선으로 향했다. 가능 중간에 돌로 쌓은 탑도 보인다. 북쪽 능선 정상 부근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평상과 벤치 등 시설물들이 잘 정돈돼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곳에서 따라비오름 주차장이 있는 북쪽 방향으로 하산한다. 다시 동쪽 능선을 따라 중간쯤 가다보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다음 지도를 폈다. 북쪽 능선 쉼터에서 바로 하산하는 길이 있었다. 아무도 그 길로 내려가지 않았지만, 나는 내려갔다. 

 

이름 모를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 있었다. 등산로가 나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서인지 나무가지들이 연신 내 몸을 쿡쿡 찔렀다. 때로는 몸을 반으로 접어야만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수 있었다. 경사도는 가팔랐고, 정돈되지 않은 길은 미끄러웠다. 

 

지름길로 와서인지 정상에서 따라비오름 주차장 근처 까지 금세 내려왔다. 갈대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5분만 걸으면 따라비오름 주차장이었다. 이곳에서 아내에서 전화를 걸어 주차장으로 데리러 오라고 할까... 한참 고민했다. 내게 주어진 4시간에서 아직 2시간가량이 더 남았다. 조금 더 걷고 싶었다. 나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아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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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3(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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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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