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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3(완결)

한국 견문록 [국내여행]

by RehDen 2020. 5. 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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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2

https://himalayamontblanc.tistory.com/11?category=891215에 이어서...

 

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2

걷기 여행자를 위한 힐링 코스-제주 갑마장길·쫄븐 갑마장길 1 에 이어서... 대록산에서 남쪽으로 길을 잡고 걸으면 왼편으론 잣성길 돌담과 삼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편으론 갈대밭이 드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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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따라비오름 북쪽, 새끼오름 넘어 한적한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롬왓 카페라는 곳이었는데 사이프러스 CC 주변에 있었다. 지도를 보니 따라비오름에서 새끼오름 오른편을 가로질러 가면 얼추 괜찮은 트래킹 코스가 도리 것 같았다.

 

문제는 길이 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도 상에는 사이프러스 CC SOUHT 코스에서 새끼오름까지 길이 나 있었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길이 없는 곳으로 나오는 곳은 평원이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평원을 건너 오솔길을 찾으면 수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따라비오름 주차장으로 향하지 않고, 다시 오름을 향해 길을 잡았다. 오름 오른편을 돌아 북쪽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따라비오름은 아래쪽에서 오름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산책로가 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오름을 한 바퀴 돌아가니 처음 잣성길에서 따라비오름으로 올라왔던 그 능선을 만났다. 나는 다시 잣성길 쪽으로 내려갔다. 오름 능선에서 잣성길로 다시 내려오면 앞으로 삼나무 군락지가 있다. 삼나무 사이를 헤집고 새끼오름이 있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아갔다.

 

삼나무 몇 그루를 지나자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 평원은 빼곡히 들어찬 갈대를 모두 베어내 만들어낸 곳이다. 마치 잔디를 깔아 놓은 것 같다. 나는 그 평원 위를 아주 자유롭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길은 없었지만 오름의 오른편 아래쪽을 방향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이 길로 쭉 걸어가면 분명 사이프러스 CC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됐다. 걷다 보니 눈 앞에 내 키보다 훨씬 높은 갈대숲이 나타났다. 새끼오름 주변, 잣성길 안쪽은 모두 말을 방목하는 사육지다. 원래는 이렇게 갈대가 사람 키보다 높게 자라는 곳이다. 갈대가 베어져 있던 곳들은 말을 기르기 위해 목장주들이 일일이 손을 본 곳이었던 것이다. 말들이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그 평원의 갈대를 전부 다 베어낼 필요는 없었나 보다. 오름에 가까워질수록 갈대는 더 우거졌다. 그리고 땅도 푹 꺼지고, 다시 솟아나기를 반복했다. 마치 개울처럼 깊게 파여 길게 이어진 곳들이 많았다. 여름에 비가 오면 분명 물웅덩이와 개천이 크게 생겨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갈대숲을 헤집고 계속 북쪽 방향으로 걸었다. 새끼오름의 오른편을 그렇게 얼마 정도 걸어서 지나가고 있는데 풍경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갈대숲은 사라지고 잔가지들이 우거진 활엽수림이 나타났다. 나무 두께는 그렇게 두껍지 않았고, 높이는 3m 정도 되었다. 그런 나무들이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바닥에는 현무암 바위들이 질서 없이 뒹굴고 있었다. 그 위로 이끼가 끼고 나뭇잎이 덮여 마치 원시림 한가운데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활엽수림 사이로 길을 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잣성길 돌담에서부터 새끼오름 오른편에 다다르는 데까지 약 40분 정도가 걸렸다. 길이 점점 험해졌다. 수풀은 우거지고, 땅은 더 울퉁불퉁 해졌다. 앞으로 더 나아가느냐, 다시 되돌아가느냐 하는 갈등이 시작됐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때 즈음 활엽수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갈대를 말끔하게 베어 놓은 넓은 공터가 나왔다. 그 공터를 뺑둘러 삼나무와 활엽수 군락지, 갈대숲이 있었다. 이 공터를 지나가면 다시 길도 없는 저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돌아갈 것인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다시 되돌아가는 것도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우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사이프러스 CC 아래쪽으로 6시까지 오라고 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그곳까지 걸어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길이 없으면 계속 길을 만들면서 가면 된다. 그렇게 공터를 지나 다시 수풀이 우거진 미지로 걸어 들어갔다. 

 

갈대숲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잡목이 우거진 곳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삼나무 군락을 헤쳐 나아가기로 했다. 삼나무 특성상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가며 자라는 만큼 아래쪽은 제법 길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삼나무 군락은 나무들이 촘촘하고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아래쪽에 공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삼나무 군락으로 걸어가다,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게 서 있는 곳을 만나면 다시 밖으로 나와 갈대숲을 걸었다. 그렇게 갈대숲과 삼나무 숲을 번갈아가며 걷는 동안 체력이 제법 많이 소모됐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위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바람도 더 거세지는 것 같았다. 수풀에 부딪는 바람소리가 왠지 을씨년스러웠다. 등 뒤로 바람이 지날 때면 누군가 쫓아오는 느낌마저 들었다. 혼자 길도 없는 수풀을 걷는 일 자체가 너무 고단하고 무서웠다.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지나갔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이대로 얼마나 더 가야 할까. 햇볕은 계속 빛을 잃고 어둠이 삼나무 가지 뒤편으로 길게 드러눕기 시작했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중간중간 갈대를 베어내고 공터를 만들어 놓은 곳을 만났다. 목장 사람들이 풀을 베어놓은 곳들이다. 멀지 않은 곳에 길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좀처럼 길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 지도를 참고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지도에 보면 도로 표시가 있고, 실제 출발지와 도착지를 찍으면 위에 캡처 화면처럼 길이 있다고 뜬다. 위에 지도 캡처 화면에서 파란색으로 길게 표시된 곳이 지도상 길이다. 하지만 저 길은 없다. 모두 길게 삼나무 군락지다. 아마 저 길 위로 삼나무를 심어 놓은 것 같다. 그리고 저 파란선 주변으로 모두 갈대숲이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낮은 관목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자갈길이 나왔다. 하지만 길은 동서로 나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건너 북쪽으로 가야 했다. 횡단보도로 찻길을 건너는 것처럼 자갈길을 건너면 그 앞에 다시 삼나무 군락이 있었다. 이번 삼나무 군락은 사방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사진처럼 삼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다. 이 사이를 지나가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계속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도를 켜고 수시로 방향을 확인하면서 걸었다. 다행히 내 위치가 점점 사이플러스 CC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삼나무 군락을 벗어날 무렵 앞쪽으로 낡은 컨테이너 한동이 보였다. 그 주변으로 마시멜로 모양으로 포장된 목초 더미가 쌓여 있었다. 비로소 길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딱히 길은 아니지만 사람이 다닐 만큼 정돈된 땅이 나왔다. 나무와 수풀이 없는 곳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 트럭 한 대가 보였다.

 

트럭을 향해 계속 걸었다. 그 트럭은 말을 운반하는 트럭이었다. 주변으로 승용차도 보였다. 나는 지도를 켜고 그곳의 위치를 캡처해 아내에게 보냈다. 이곳으로 데리러 오라고 했다. 드디어 끝이 보였다. 홀가분하고 아쉽기도 했다. 길이 끝나 다행이었지만, 조금 더 이런 미지의 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길이 끝난다는 느낌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https://himalayamontblanc.tistory.com/33?category=8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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