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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1편

한국 견문록 [GO 캠핑]

by RehDen 2021. 6. 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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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평야를 지나자연으로…우리는 산으로 간다.

 

비가 옵니다. 초록의 나무들은 미동도 없습니다. 바람은 간데 없고 비가 흔들림 없이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비와 빗물과 그 위로 떨어지는 새로운 비 뿐입니다. 저녁 무렵인데 아침부터 자취를 감춘 해는 오늘 석양을 만들 생각이 없나봅니다. 서쪽 능선의 나무들은 오랜만에 눈이 부시지 않는 저녁을 맞을 것 같습니다.

풀들이 비켜선 자리 흙바닥이 드러난 요철에서 비는 물이 됩니다. 이내 작은 웅덩이를 만듭니다. 웅덩이가 차고 넘치면 물은 옆으로 길을 만들어 흐릅니다. 그렇게 몇 개인가 웅덩이가 모여 더 큰 웅덩이가 되면, 아이는 짖꿎은 표정을 하고 그곳에 발을 담급니다.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빗방울이 제법 굵은 목요일 저녁 무렵 백운산자연휴양림에 가다.


국도를 타고 늦은 오후 양평과 여주를 거쳐 캄파 슬로우가 있는 원주로 향합니다. 남한강이 풀어놓은 너른 모래밭에 사람들은 논이며 밭이며 푸르른 경작지를 만들었습니다. 낮은 구릉에도 온통 짙푸른 초여름의 생명들이 빼곡합니다.

굴곡 없는 도로를 달리는 것이 심심할 무렵, 도로가 옆 집에선 마당의 강아지들이 떨어지는 비를 구경하며 할일 없는 오후를 보냅니다. 간혹 신호에 걸려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심심해하는 그 표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렇게 고구마 밭과 벼가 자라는 논과 낮은 울타리의 집과 다시 밭과 논과 집을 수없이 지나칠 무렵 이제는 재미라곤 없는 들판이 끝나갑니다. 우리 할머니 몸처럼 펑퍼짐하게 드러누웠던 남한강은 이제부턴 날씬한 처녀로 변해갑니다. 내가 강을 거슬러 상류로 가는 것처럼 강도 인생을 거꾸로 살아냅니다.

캄파슬로우로 가는 길.


여주터널을 벗어나니 강원도입니다. 지평선은 이내 봉우리로 모습을 바꾸고, 저 아래 남한강 지류는 협곡처럼 좁은 산길을 굽이 돌아갑니다. 터널을 하나 지나왔는데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모습을 한순간 바꾸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산허리춤 한 켠에 자그마한 논들을 이리저리 풀어놓았습니다. 비탈에는 밭도 품었습니다.


문막까지 그렇게 바뀐 풍경에 적응이라도 하려는 듯 나는 이쪽의 산봉우리를 봤다가, 다시 저 아래 논과 밭들을 바라봅니다.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일상의 나처럼 여행을 떠나는 나도 풍경이 한순간 뒤바뀌면 힘이 듭니다. 적당한 적응기가 필요합니다.

캄파슬로우 내 나무들.


모래밭 위에 누워있던 아스팔트 도로는 이제는 콘크리트 교각 위에 얹혀 있습니다. 산허리와 산 허리 사이에 높은 교각을 세우고 상판을 얹었습니다. 그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낮은 담장의 집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양평과 여주를 지날 때 도로변 집의 창문 너머엔 어르신들이 한가로이 티비를 보고 계셨습니다. 담장을 무릎 아래까지 누르고 자신을 드러내던 집들이 이제는 옥상 아래로 숨었습니다. 점점 사람들과 가축들을 만날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자꾸만 숲으로 숲으로 달아납니다.

잠이든 첫애.


뒷자리에서 첫애는 낮고 조용한 숨소리로 살아 있음을 알립니다. 출발한지 20분이 지날 무렵 아이는 눈꺼풀을 깜빡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이내 카시트 깊숙히 파묻혔습니다. 캠핑을 간다고 신나하던 그 표정 그대로 아이의 볼과 입에 기대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첫애와 단둘이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올 3월부터입니다. 아내와 나는 첫애가 8개월 됐을 무렵부터 여행을 다녔습니다. 산으로 바다로 아이를 데리고 누볐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쳐서, 도시가, 아파트가 싫어서 그렇게 자연으로 돌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걷기도 뛰기도 하며 자연을 배웠습니다.

말이 늘어갈수록 아이의 입에선 바닷가, 등산, 캠핑… 이런 단어들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아이에게 꼭 약속을 했습니다. 주말에, 아빠 쉬는날, 빨간날 놀러가자고. 약속은 거의 매번 지켜졌습니다. 아내와 제가 더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주말이면 우리는 평일에 주차장에서 느긋함을 즐기던 SUV를 몰고 전국을 누볐습니다.

원주 캄파 슬로우.


4차선 매끈한 도로를 달리던 차가 2차선 시골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매끈하게 직선으로 뻗어있던 도로는 어느새 굽이굽이 산길로 바뀌었습니다. 요철과 과속 방지턱이 많아지자 아이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합니다. 깨어날 때가 됐습니다.

아스팔트에서 콘크리트 포장으로 바뀌면서 요철이 심한길로 접어들 무렵 아이는 완전히 잠에서 깼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잘 잤어?? 이제 다 왔어요~” 하며 아이를 달랩니다. 아이는 집을 나설 때 보다 더 기쁜 표정을 하며 캠핑장에 빨리 가고싶다고 말합니다. “거의 다 왔다”하며 지도를 봅니다. 1km만 가면 도착입니다.

백운산자연휴양림 입구 바리케이트를 지나 왼편으로 길을 잡으면 긴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그 길 끝에 캄파 슬로우가 있습니다. 바리케이트 앞에서 하차해 직원에게 캄파 슬로우에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 줍니다. 별다른 절차는 없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https://himalayamontblanc.tistory.com/52

 

[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2편

1편에 이어 글을 씁니다. https://himalayamontblanc.tistory.com/51 [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1편 비가 옵니다. 초록의 나무들은 미동도 없습니다. 바람은 간데 없고 비가 흔들림 없이 수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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