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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3편

한국 견문록 [GO 캠핑]

by RehDen 2021. 6. 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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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이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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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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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게 싫은 아이, 아이의 아픔을 느끼는 아빠


한동안 아이와 냉전 상태가 됩니다.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저도 배가고파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자칫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말투와 행동이 나올까 초조해집니다. 우선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로 하고 밖을 바라보며 고민을 시작합니다.

캄파슬로우에 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장작에 불이라도 붙여 놓아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가 마음이 변해 고기를 구워 달라고 하면, 그때 불을 붙이면 고기를 구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작을 쌓아 불을 붙이는데 텐트 안에서 빠르고 높은 말이 튀어나옵니다. “하지마세요!” 단호한 그 말에 아이가 뭔가 단단히 마음이 상했다는 것을 다시 직감합니다.

불 피우기를 포기하는 척하며 그대로 부탄가스 토치를 장작 아래쪽을 향해 고정해 놓고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아빠 텐트에 들어가도 돼”라고 묻습니다. 아이는 안된다고 합니다. 다시 의자에 앉아 불 붙이는 것을 아이가 딴지 걸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밤으로 향하는 저녁 무렵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캠퍼아빠.


몇분이나 지났을까요, 갑자기 아이가 저를 부릅니다. “아빠랑 흙 푸는 포코 같이 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흙푸는 포코는 유튜브 동영상을 의미합니다. 이날 아이가 보고 있던 동영상은 옥토넛이었습니다.


아이는 영상을 볼 때 대립하거나, 싸우거나, 음침한 분위기가 흐르는 부분이 나오면 무서워서 화면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합니다. 집에서도 꼭 엄마나 제 등 뒤에 숨어 보곤 했습니다.옥토넛을 보는데 그런 장면이 나온 것입니다. 아이는 저를 텐트 안으로 데리고 가 태블릿 앞에 앉히더니, 제 등 뒤에 숨어 계속 동영상을 봅니다.

텐트 안에서 바라본 저녁 무렵.


살이 닿고 체온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와 마음을 풀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물었습니다. “아까 아빠 왜 텐트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라고 물으니, 아이는 “아빠가 아까 나 차에 혼자 놔두고 계속 밖에서 텐트만 쳤어”라고 말합니다.

깊어가는 밤, 외딴 산속 차 안에서 혼자 놓여있던 아이의 두려움 생각났습니다. 무서웠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하나의 주체로 사고도 하고 상황도 인지해 판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어른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100%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100% 어른들과 같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아이와 서로 마음의 매듭을 푸는 사이 화로대의 장작은 활활 타오릅니다.


차에 혼자 있겠다고 한 아이의 말을 100% 수용해 그렇게 놔둔 것은 사실 방치였습니다. 아이는 그 시간을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모릅니다. 차 안이라는 공간은 익숙한 곳이지만 주변 환경은 태어나 처음 접하는 아주 낯선 곳입니다. 아빠가 밖에서 무언가를 하다가, 잠시 짐을 가지러와 “잘 있어요”하며 안부를 묻고 가는 그 상황이 아이에게는 화나가고 아빠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텐트 안에 들어가 아빠를 밀어내는 말과 행동을 했었던 것입니다. 일종의 복수라고 봐야지요.

텐트 치는 아빠를 기다리며 아이가 바라봤을 풍경들.


풀수도 없고, 이유도 알 수 없는 아이의 고집을 대하는 것은 언제나 힘이 듭니다. 오늘도 한 가지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성질을 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고, 그것을 풀어낼 해답은 정해져 있습니다.관심과 기다림, 사랑입니다.

만약 장작에 불을 붙일 때, 아이의 “하지 마세요”라는 말에 제가 짜증을 내거나, 혼을 냈다면 아이는 오늘 저녁의 두려움을,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다른 형태의 감정으로 마음 깊숙이,의식의 저 너머에 가둬두었을 것입니다. 그런 감정들이 아이와 부모도 모르는 사이 쌓이고 쌓이면 아이의 성격과 인성, 세계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작이 숯이되어가면 깊은 밤이 찾아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고기를 구워 아이와 제 배를 채웠습니다. 간단히 양치를 하고 아이와 함께 다시 텐트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잠을 재우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습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그때의 감정과 느낌이 어땠는지 물어봅니다.

한 밤이 되니 아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제 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손가락을 조물딱 거리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조용합니다. 발이 시렵다며 제 허벅지에 녹이겠다고 가져다 댑니다.

잠이 든 아이의 모습.


살갗에 닿은 아이 발바닥이 따뜻합니다. 발이 시린게 아니라 마음이 시린가 봅니다.엄마 없이 외딴곳에서 깊은 밤을 맞으니, 의지할 건 아빠 밖에 없나 봅니다.더 깊숙이 제 품에 파고든 아이는 입술을 갖다 대 제 입술에 뽀뽀를 하고, 코를 부빕니다. 아이의 코 끝이 제 코 끝에 닿을 때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이만큼 사랑을 주지 못했는데, 아이는 나를 이만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아이를 더 사랑하고, 더 많이 그 마음을 표현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습니다. 물론,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면 아이는 지금 이만큼의 애정표현을 제게 하지 않겠지만요…

깊은 밤 장작을 더 넣자 불꽃이 높이 솟습니다.


아이가 깊이 잠들 때가지 옆에 누워 온기를 나눠줬습니다. 불안해 하지 않게, 그리운 감정이 마음에 침전되지 않게 그렇게 옆에서 한동안 눈을 감고 아이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이 행복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이는 깊은숨을 낮게 들이쉬고, 뱉어내기를 반복합니다. 숨소리가 가지런해진 것이 잠이 든 모양입니다.

그제서야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귀 주변에 울립니다. 계속 듣고 있었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마음에 닿지 못했던 그 소리가 귀를 거쳐 마음에까지 내려왔습니다. 딱. 딱. 하며 내리 꽂는 그 소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깊은 밤이 되었습니다. 비와 구름 너머에 별들이 반짝입니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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