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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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1편
비가 옵니다. 초록의 나무들은 미동도 없습니다. 바람은 간데 없고 비가 흔들림 없이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비와 빗물과 그 위로 떨어지는 새로운 비 뿐입니다. 저녁 무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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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 화전민의 추억, 캠퍼아빠의 당혹
백운산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면 두갈래 길이 나타납니다. 왼편으로 길을 잡아 90도 가까이 핸들을 꺾습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이내 하얀색 콘크리트 시골길로 바뀌고 완만했던 경사는 자벌레처럼 몸을 한껏 치켜 올라섭니다.
길 양 옆으로 숲이 우거졌습니다. 청초한 잎들이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씻겨 한결 더 순해보입니다. 버들도 아닌데 잎과 가지를 늘어뜨리고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인 모습이 다소곳합니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아이가 “숲이 예쁘네” 하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기가 기뻐하는 걸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숲길을 지나면 산을 개간해 만든 밭들이 드문드문 나옵니다. 그 위에 집을 짓고 누군가 살고 있습니다. 몇호 되지 않지만 자연휴양림과 한 울타리 안에 집과 농토가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 일대 산림이 휴양림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이분들은, 이분들의 조상들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겠지요.
예전에 이곳은 화전민들이 살던 곳이었을 겁니다. 산으로 쫓겨 나무를 베고, 돌을 고르고, 한줌 흙이라도 보이면 무엇이든 심었을 것입니다. 그리곤 산짐승과 싸우며 힘겹게 알곡을 지켜내 가족의 생계를 이어갔을 것입니다.
힘든 비탈에서 하루종일 몸을 쓰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식을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이 그들은 깊은 산속에서 버티게한 종교는 아니었을까요. 매일 도심으로 향하는 지옥철에 몸을 맡기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숫자 너머의 의미를 추적하는 제 일상이 생각났습니다. 그 곁으로 두 아이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다, 다시 머물기를 반복하는 사이 산길 왼편으로 캄파슬로우 표지판이 보입니다. 사격형 목판에 하얀색으로 칠한 그 문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길을 왼쪽으로 틀어 집을 하나 거치면 캄파슬로우 정문이 나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느린서점과 매점 거물이 서있습니다. 건물이랄 것도 없는 단층들이 길을 따라 줄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담하고 소박한 겉모습 뒤로 세련된 느낌이 제법 당당합니다. 무언가 끌리는 디자인과 색감, 재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첫 인상부터 좋습니다.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차에서 내립니다. 아이에게 캠핑장에 다 왔다고 말해주니, “캄파슬로우”하고 되 묻습니다. 지난 주말에 “돌아오는 휴일에는 원주로 캠핑을 갈거야”라고 말해주니, 아이가 “거기 이름이 뭐에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내가 “캄파슬로우”라고 말해주자 곰곰이 입술을 달싹이며 나직하게 “캄파슬로우”라고 되내었습니다.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같이 내릴지, 차에 있을지를 물었스비다. 아이는 차에 있기를 원했습니다. 혼자 내려 발열체크와 코로나19 관련 질문지에 답을 달고 주의 사항을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체온계를 가져가 발열체크를 했습니다. 안내를 받은 2번 테크로 올라갔습니다. 2번테크는 캠핑장 가장 깊은 곳 넓은 공터에 마련된 3개의 데크 중 가운데에 있습니다.
매점을 지나 사이트로 올라갑니다. 제법 경사진 언덕 오른편으로 4~6번 테크가 비탈을 버티며 각자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이미 2동의 텐트가 서 있습니다. 가장 아래 6번 테크는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끈한 데크 표면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다시 튕겨지는 반동이 제법 크게 느껴집니다. 빗방울은 더 굵어졌습니다.
차를 몰아 데크 앞까지 와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우산 쓰고 나가서 같이 텐트 칠래? 아니면 차에서 기다릴래?”라고 말입니다. 빗방울은 기세를 올려 더 빠르고 무겁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선택을 늘 존중하고, 되도록 그렇게 해주는 편이라서 같이 나가서 텐트를 친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속으로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차에 있을래”라고 대답합니다.
한손으로 우산을 받치고 다른 손으론 타프 기둥을 길게 뽑습니다. 타프를 꺼내고 기둥을 세우면서 캠핑장을 둘러봅니다. 왔던 길을 복기하며 전체적인 지형을 그려봅니다. 계곡 옆으로 산 비탈을 깎아 공터를 만들고 그 자리에 캠핑장이 서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 화전민 생각이 났습니다.
옛날에는 이곳에 나무와 바위들이 뒤엉켜 있었겠지요. 울퉁불퉁한 대지에 제멋대로 바위들이 굴러다니고, 그 사이로 나무들이 솟아나 햇빛 한점 들어올 틈도 없는 울창한 숲이었겠지요. 이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그런 곳을 몇대에 걸쳐 개간하고 다듬어서 지금처럼 만들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의 노동의 대물림은 어느 순간 땅의 대물림이 되었겠지요.
그런 곳에서 지금 내가, 내 아이가, 다른 캠퍼들이 잠을 자고, 고기를 굽고, 밥을 먹고, 아이들과 놀고 있습니다. 과거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쓰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위해 망치를 들어 땅을 내리치고, 유희를 위해 불을 피우며 이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입니다.
짐을 가지로 차 트렁크에 갈 때마다 아이의 이름을 불으며 “잘 있어요~”하고 묻습니다. 그 때마다 아이는 “네~”하고 대답합니다. 혼자 무엇을 하며 버티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타프 아래 텐트를 세우고, 에어매트에 바람을 채운 뒤 아이를 들어 텐트 안으로 데려갔습니다. 아이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아이를 텐트에 넣어놓고 테블릿을 틀어줬습니다. 그러곤 다시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섭니다. 로프를 더 잡아당겨 타프를 팽팽하게 폅니다. 밤새 바람과 비를 견딜 수 있게 천에 힘을 싣습니다. 타프팩이 혹여나 빠질까 망치를 들어 땅 깊숙하게 단단히 박습니다.
캠핑 테이블을 준비하고, 캠핑 의자도 펼칩니다. 화로대를 타프 끝으로 내몰고 장작을 쌓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고기 구워서 저녁 먹을까”라고 묻습니다. 아이는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다시 아이의 이름을 불러 “고기 먹을까”하고 묻스비다. 아이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텐트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큰 소리로 “아빠는 들어오지 마”하며 소리를 지릅니다. 당혹스럽습니다. 확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으며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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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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