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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4편

한국 견문록 [GO 캠핑]

by RehDen 2021. 6. 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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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잠자는 아이 곁에서 아빠는 생각에 잠기다


마음에 빗소리와 계곡 물소리를 가득 담았다가 내뱉기를 반복하다, 다시 아이의 얼굴을 한번 쳐다봅니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집니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간을 빼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해달라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 매 순간 커지는 요즘입니다.

깊어지는 밤, 캄파슬로우 느린서점과 카페.


스마트폰을 꺼내 아이의 자는 얼굴을 찍었습니다. 줌으로 확대해 아이의 얼굴부터 찍고, 다시 광각으로 바꿔 아이와 제 얼굴을 한 화면에 담았습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아이의 저 평온한 모습도, 만족하고 기뻐하는 표정도, 그러면서도 엄마 품이 그리워 조금은 풀이 죽어있는 모습도, 모두 지금 이 순간 한번 뿐입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카메라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이의 성화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화로대와, 야외 조명, 식기류 등을 정리하기 위해섭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모닥불은 숨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기세 좋게 불꽃을 위로 뿜으며 제 몸을 태우던 장작들은 이제 부스러지고 갈라져 재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있는 힘껏 몽니를 부리나 봅니다. 붉은 숯덩이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화로대 안을 밝히고 있습니다.

깊은 밤 캄파슬로우에서 잠이 든 아이.


잠시 의자에 앉아 이곳을 느껴봅니다. 빗방울이 잠잠해지자 바람이 살랑살랑 나무들을 괴롭히러 저 앞에 능선에서부터 달려옵니다. 하루종일 빗물에 얻어맞았던 나무들을 이제는 바람이 와서 좌우로 흔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무들이 안쓰러웠는지 바람은 아주 느리고 약하게 건드리기만 하고 빠져나갑니다. 골 깊은 곳으로 달려가는 바람의 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밤이 깊을수록 주변은 고요해집니다. 오늘 같은 날은 달도 숨어 주변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산 능선과 하늘과 땅의 경계가 잘 분간이 되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저 멀리 내다보면 한데 뒤엉켜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그런 허공 아닌 허공을 바라보다, 계곡 물소리를 들었다, 빗소리를 듣다, 다시 눈을 감고 쉬기를 반복합니다. 이 밤, 이 곳, 이 순간이 앞으로 몇 년은 그릴 울 것 같습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캄파(Campa) 슬로우(Slow)입니다.

캄파슬로우의 밤은 깊어만 간다.


킴핑장의 밤이 깊어갑니다. 그럴수록 제 마음의 깊이도 더 깊어집니다. 성숙은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과 자극들이 어느 정도 쌓이면 꼭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고 반추하는 가운데 의미를 집어내는 그 과정에서 내면은 성숙해집니다. 그런 과정을 오롯이 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지금 제게 주어졌습니다. 이런 순간들을 몇 번 거치며 지난 몇 년 저는 소년에서 아버지로 자랐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제 자신이 많이 성장하는 것을 느낍니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책임감이라는 것이 실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 무게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까지는 제 내면의 고집과 자존심, 나를 위한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완전히 밀어내거나 잠재워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 자신이 소중하고 그래서 제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캄파슬로우 2번 데크에서 바라본 야경.


그래서 육아보다는 일과 여가를, 가족을 위한 저축보다는 소비와 취미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며 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온전히 아내의 책임이 됐고, 저는 제 삶에서 여전히 주인으로 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찾아 제 위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내와 아이는 뒷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배우고 의사소통이 되는 단계가 되면서 삶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부모는 아이의 거울입니다. 아이는 아빠가 하는 행동과 말투를 그대로 모방합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그러다 보니 저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아이에게 좋은 거울이 되고 싶었습니다.아이는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캄파슬로우 내 오두막.


장작은 꺼질 듯 꺼질 듯 긴 시간 생명을 이어갔습니다. 빗줄기는 많이 약해져 이제 빗소리가 계곡 물소리에 완전히 묻혀버린 새벽입니다. 잔불을 끄기 위해 화로대를 타프 밖으로 밀어냅니다. 금새 꺼질 줄 알았던 장작은 가벼워진 빗물과 싸움을 벌입니다. 꺼지지 않으려는 불씨와 아랑곳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 그 대결로 텐트 주변엔 온통 연기가 가득합니다.

아이와 단둘이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부터입니다. 어느날 아이는 캠핑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캠핑장에서 먹었던 고기가 맛있었고, 계곡에서 돌멩이 던지는 게 즐거웠다고 했습니다. “아빠 우리 왜 캠핑 안 가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동생이 아직 어려서 엄마랑 동생이랑 밖에서 잘 수가 없어”라고 말해줬습니다.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캄파스로우 주변을 산책하며 찍은 아이 사진.


그렇게 며칠이 지난 주말, 아이는 또다시 캠핑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 오늘은 캠핑 가면 어떨까?”하고 혼잣말처럼 아내와 제게 말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올해 1월 둘째가 태어나고 불안감이 커진 첫째는 자주 아내와 제게 사랑을 확인하는 말과 행동을 했습니다. “엄마 아빠 나 사랑해?” “엄마 아빠 행복해?” 등 수시로 사살을 확인하려 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밖에도 통 나가지 못했습니다. 둘째 때문에 외출을 할 생각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첫째는 심심한 주말을 견디는데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저와 아내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 끝에 저와 첫째 단 둘이 캠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첫애와 저 둘만의 캠핑여행이 시작됐습니다.

캄파슬로우 주변 산책로에서 아이가 씩씩하게 걷는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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