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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5편(완)

한국 견문록 [GO 캠핑]

by RehDen 2021. 6. 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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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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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아이의 미소…피곤하지만 산길을 걷는 아빠


새벽이 깊어서야 생각을 정리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고요함 가운데 나를 놓아두고 깊은 사색에 잠겨있었습니다. 몸은 지치고 피곤해도, 정신이 맑아지니 개운함이 찾아옵니다. 이런 것이 깊은 산속에서 캠핑하는 낙이겠지요.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캄파슬로우와 백운산에 운무가 낮게 앉았다.


꿈도 없는 잠속에 깊이 들어가 죽은 듯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 어두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나를 발견하곤 정신이 들려는 찰나,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큰 소리가 들립니다. “아빠 일어나요~ 왜 자는 거에요”하는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두운 허공은 금세 밝은 빛의 현실로 바뀌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아이가 일어나 저를 깨우고 있었습니다. 짜증도, 미움도, 배고픔도 없는 목소리입니다. 그저 퉁퉁 부은 얼굴에 반쯤 감긴 눈으로 무표정하게 저를 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캄파슬로우를 떠나 백운산 산길로 산책을 떠납니다.


몇시나 됐을까요.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봅니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2시가 다 돼서 잠에 들었으니 4시간 정도 잤습니다. 깰 때까지는 몰랐는데, 시간을 체크하고 수면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급속도로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아이에겐 “알았어요~”하고 대답했지만 이불을 끌어 몸을 돌돌 말았습니다. 다시 어두운 허공 속으로 저를 밀어 넣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계속해 “일어나요~”하며 보챕니다. 무표정한 얼굴엔 조금씩 서운함과 짜증기가 묻어납니다.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머릿속을 쥐어짜 생각을 해봅니다. “이대로 내가 잠이 들면, 아이가 텐트 밖으로 나갈수도 있다. 그러면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러면 큰일 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불을 걷으며 아이에게 말합니다. “아빠 일어났어요~”

침엽수들이 운무를 뚫고 나왔다.


아이의 얼굴이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아이와 텐트 밖으로 나갑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물러간 자리에 운무가 몰려와 온 산과 나무와 바위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흐르듯 나뭇가지 사이를 미끄러져 나가는 운무의 행렬에 산은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꿉니다.

능선은 굵고 푸르고 짙은 색으로 제 모습을 지키다가도 운무가 한번 미끄러져 내려오면 자취를 감춥니다. 다시 운무가 지나간 사이로 산의 속살이 조금씩 보이다가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꼿꼿이 솟은 낙엽송들은 제 살갗의 가장 뾰족한 부분으로 운무를 찌르며 싸움을 겁니다. 이길 듯 질 듯 팽팽한 싸움이 새벽 내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새벽, 그렇게 산속에선 세 대결이 펼쳐집니다.

사진만 찍는 아빠에게 삐친 아이.


아이는 산책을 가자고 말합니다. “아침인데 산책이나 가볼까?”하며 저 혼자 얼굴과 몸 가득 웃음을 머금고 신나서 걸음이 빨라집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아침부터 행복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가 내민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섭니다. 습관적으로 사진기를 꺼내 하늘과 산과 캄파슬로우를 찍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놓고 여기 저기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습니다. 다시 사진기를 목에 걸고 아이의 손을 잡으려는데 아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빼지 않습니다. “아빠 손 안잡아”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사진만 찍는 아빠에게 삐친 아이.


아이는 제 손을 잡고 산책을 가고 싶었습니다. “아빠 사진 찍지 마세요”라며 아이는 또다시 단호하게 말합니다. 저는 아무 대답도 안 한채 아이의 손을 다시 잡으려고 합니다. 아이는 손을 내밀지 않고 주머니 더 깊은 곳으로 손을 꽁꽁 숨깁니다.

그렇게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길을 걷습니다. 몇미터 즈음 갔을까요, 아이의 곁에 가서 꼭 안아주면서 “아빠랑 산책 가는 거 좋아?”라고 물으니, “좋아”라고 대답합니다. “그럼 아빠가 사진 조금만 찍고, 우리 아들 손 꼭 잡아줄게”하며 타협을 시도합니다. 그러곤 아이의 손을 강제로 잡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산간에 집을 짓고 사는 주민들은 겨울 땔감을 길 옆에 수북하게 쌓아 놓으셨다.


하늘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다가 방향을 틀어 능선 뒤쪽으로 내빼던 운무는 이제 발 앞에까지 와 있습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운무 속으로 들어가 제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매번 실패입니다. 달려가면 사라지고, 또 달려가면 달아납니다. 아이와 운무 잡기를 하며 콘크리트 포장된 산길을 걷습니다. 아이는 깔깔 거리며 크게 웃습니다. 이 새벽 온 산을 울리는 새소리보다, 우리 아이의 목소리가 더 맑고 활기찹니다.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왼편은 오르막길, 오른편은 내리막길입니다. 아이에게 어느 길로 갈지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이는 이내 내리막길을 택합니다. 신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한참을 걸어가니 계곡을 가로질러 다리가 나왔습니다. 아이는 작은 돌멩이를 주워 계곡으로 던집니다. 모래놀이 다음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물에 돌멩이 던지기입니다.돌멩이 몇 개를 더 주워 계곡으로 던지다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아이는 산길을 혼자서도 잘 걷는다.


우아아아~ 하며 뛰다가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제가 잘 따라오는지 보는 거겠지요. 막 달아나다가도 다시 되돌아오는 모습이 꼭 이 새벽 운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다시 삼거리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왼편은 평지, 오른편은 오른쪽으로 계곡을 낀 오르막입니다. 아이는 이번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오르막길인데도 아이는 군말 없이 혼자 잘 오릅니다. 포장이 되어있긴 하지만 군데군데 움푹 파여 물 엉덩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그런곳을 만날 때마다 점프를 하듯 웅덩이 안으로 두 발을 밀어 넣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평소에 다소곳하고 조용하고 신중하던 아이는 꼭 자연에만 오면 저렇게 천방지축이 됩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가파른 산길도 잘 올라가는 아이.


아이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만 멈추지는 않습니다. 제법 경사가 있는 산길을 올랐습니다. 눈 앞에 나무를 베고 넓게 개간한 화전이 나옵니다. 그 곳에 서니 앞이 탁 트입니다. 멀고 가까운 능선들이 춤추듯 서로 엉겨 장관을 이룹니다. 아이와 산 여기저기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서히 운무가 걷히며 산과 숲이 속살을 드러냅니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다시 길을 되돌아 캠핑장으로 돌아옵니다. 점점 산들이 선명해지고 운무는 쫓기듯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아침이 밝아오나 봅니다.전날 비와 바람에 눌려 힘 한번 못 쓰던 햇살이 오늘은 각오를 단단히 했나 봅니다.그래도 힘든 하루의 시작이었을 겁니다. 새벽부터 운무가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에도 운무는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이와 저도 새벽부터 운무와 술래잡기를 하며 하루를 힘들여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고 밝은 웃음을 지으며 온 산을 누빈 것에 마음이 흡족합니다. 몸이 지치고 피곤해도 아이의 밝은 웃음을 보면 견딜만합니다.

아이는 자연을 먹고 자랍니다. 하늘도, 숲도, 나무도, 운무도, 비도, 바람도, 햇살도 모두 아이의 양식이 됩니다. 도시에서 콘크리트 건물과 플라스틱 장난감에만 익숙해지면 불행할 것만 같습니다. 흙과 모래를 파고, 먹어보기도 하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다 뛰어들기도 하고, 숲길과 산길과 들판을 걸으며 다양한 풀과 꽃과 나무와 교감하기를 바랍니다. 개구리와 뱀, 메뚜기와 사마귀, 하루살이와 모기와 나방, 뻐꾸기와 종달새와 소쩍새를 보고 듣고 느끼며 감각을 확장하기를 소망합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배우며 크는 아이.


우리 아이가 어떻게 컸으면 좋겠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아이에게 말하거나 주입하거나 유도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의도하고 강제하고 싶은 것은 있습니다. 바로 자연입니다.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환경을 조성해 갈 계획입니다. 아이가 스트레스 없이 이렇게 행복해하니까요. 자연은 아이에게 좋은 선물입니다.

#[GO아빠의 캠핑육아] 원주 캄파슬로우 편에서 다 못한 이야기는 '캄파슬로우 캠핑장 리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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