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어느 일요일. 서서울CC에서 라운딩을 마친 뒤 벽제갈비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운동 시작하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부슬비는 그치다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라운딩 내내 비를 맞으며 공을 쳤습니다.
18홀을 비를 맞으며 돌다 보니 체력을 많이 썼습니다. 그만큼 배도 많이 고팠고요. 원기보충과 떨어진 입맛을 돋아줄 맛있는 음식이 필요했습니다. 맛집을 검색하던 중 벽제갈비를 발견했고 예약 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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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티업 시간은 7시 56분이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나니 1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샤워 및 뒷정리를 하고 클럽하우스를 나섰습니다. 서서울CC에서 벽제갈비까지는 차로 약 10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2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벽제갈비에 도착했습니다.
벽제갈비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호국로 1471에 위치합니다. 왕복 4차선 도로인 호국로 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서서울CC가 있는 파주시에서 벽제갈비가 있는 고양시까지 오는 길은 주변이 거의 평지인데요 음식점과 카페들이 4차선 도로변에 드문드문 서 있습니다.
벽제갈비는 1986년 문을 연 소갈비를 시그니처 메뉴로 파는 식당입니다. 한우 꽃등심과 육회, 주물럭, 불고기 등도 파는데요. 이날 주변 테이블을 살펴보니 모두들 갈비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벽제갈비라는 상호는 그 일대 지명에서 따온 것인데요. 벽제갈비가 위치한 곳의 행정구역은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이지만 예전부터 이 일대는 ‘벽제’라는 지명으로 불렸습니다. 벽제갈비 위쪽으로 흐르는 하천의 이름은 벽제천입니다.
도로에서 벽제갈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넓습니다. 주차장도 넓고 주차면도 많습니다. 그래도 워낙 소문난 맛집이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도 차가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예전 가든 형식의 고깃집이라서 그런지 정원도 잘 조성돼 있습니다. 자연석 둥근돌로 단을 쌓아 그 안에 흙은 채워 넣었습니다.단은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양쪽에 조성돼 있는데요. 면적은 50평은 넘어 보입니다. 높이는 대략 5~60cm 정도 됩니다.
정원에는 오래된 조경수들이 많이 심겨 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주목과 향나무, 목련, 철쭉 등 나무들이 잘 정돈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바닥에는 잔디를 심어 흙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정원만 봐도 “이 음식점이 정말 오래됐지만 잘 관리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벽제갈비는 빨간 벽돌로 지은 옛날식 건물인 본관과 그 옆으로 붙은 간이 건물로 나뉩니다. 빨간벽돌 건물에 주방이 있고, 방바닥에 좌식 테이블이 놓였습니다. 간이 건물에는 테이블 자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저희는 좌식이 싫어 간이 건물로 향했습니다.
간이 건물은 뼈대를 철봉으로 세웠습니다. 거기에 타포린 재질과 비슷한 투명 천막을 덧씌웠습니다. 타포린 투명 천막은 아이들 유모차에 있는 투명창이나 캠핑할 때 쓰는 쉘터의 투명창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두껍고 질기고 투명하고 방수가 되는 그런 재질입니다.
간이 건물의 테이블은 벽돌과 시멘트, 대리석을 이용해 직접 만들었습니다. 벽돌과 시멘트로 다리를 두 개 만들고 그 위에 붉은 갈색 빛이 도는 넓은 대리석을 얹었습니다. 벽돌 다리는 시멘트로 미장을 말끔히 하고 짙은 파란색(수영장색) 페인트로 칠했습니다.
그래서 간이 건물은 약간 포차 느낌이 납니다. 유명하고 비싼 고깃집인데 인테리어나 풍기는 느낌은 포차라서 이색적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런 느낌이 캐주얼하고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더욱이 좌식은 너무 불편한데, 테이블에 앉아서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서서울CC에서 후반홀을 돌 때 전화로 예약하고 방문했기 때문에 대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출입구에 QR코드 찍는 곳에서는 들어가는 사람들이 한 사람씩 QR코드를 찍어야 해서 조금 지체가 있었습니다. 궂은날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사람이 계속해서 몰려들었습니다. 만석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유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저희는 생갈비와 양념갈비를 먹었습니다. 벽제갈비는 기본적으로 이동갈비 형태의 고깃집입니다. 갈빗대를 약 3~4cm 정도로 자른 뒤 거기에 붙은 갈빗살을 칼을 이용해 5mm 정도 두께로 길게 포를 뜬 형태입니다.
생갈비부터 구웠습니다. 직원분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십니다. 이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기를 올리고 다른 테이블 서빙을 가신 직원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적당한 때에 뒤집고, 자르고 나서 조금 지나니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생갈비 자체는 적당히 부드럽고 감칠맛이 납니다. 생고기 자체의 탄력이 살아 있어 씹는 맛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코기와 기름이 잘 조화돼서 담백하면서도 기름지고 고소합니다. 백탄 참숯을 사용해서 그런지 숯향도 좋았습니다.
생갈비를 다 먹어갈 때 즈음 양념갈비를 올렸습니다. 조금 전 생갈비에 간장 양념을 해 오랫동안 재워둔 느낌입니다. 선홍빛의 붉은 살코기 부분과 순백색의 지방층이 선명하던 생갈비와는 모습부터 다릅니다. 살코기 부분은 검붉은 팥죽색으로 변했고, 지방층은 순백의 하얀색이 조금 탁해졌습니다.
얼핏 비주얼만 보면 양념갈비는 신선도가 조금 떨어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겉모습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간장 양념에 담겨져 숙성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양념 숙성된 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양념갈비의 식감은 생갈비보다 탄력은 떨어지지만 더 부드럽습니다. 단순히 부드러운 게 아니라 고기를 씹으면 잘게 결 따라 찢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고기를 씹을 때 생갈비는 육즙이 터져 나와 고기 자체의 육향이 입 안에 퍼지는데요. 양념갈비는 처음에는 육향과 육즙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간장양념의 진한 맛이 입안에 퍼진 뒤에 마지막에 육향이 살짝 입안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벽제갈비의 반찬은 정갈하고 깔끔합니다. 샐러드는 양상추와 초록색 야채, 피망을 베이스로 참깨 드레싱을 뿌렸습니다. 한정식집에서 먹는 그런 맛입니다. 도토리묵은 찰기와 탄력이 좋고 텁텁한 맛이 없었습니다. 간장소스와 어우러지는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시금치 무침은 양념이 강하지 않고 시금치 자체가 적당히 잘 삶아져 고소합니다. 양념게장도 너무 무르지 않고 양념도 과하지 않아 입맛이 살아납니다.
전반적으로 벽제갈비의 고기와 반찬 등 음식의 맛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다만 독보적이고 압도적으로 맛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그런 맛은 아닙니다. 당연히 입에서 살살 녹는 맛도 아닙니다. 깔끔하게 맛있고 먹으면 속이 편안합니다.
사실 요즘에는 동네마다 한두 곳은 맛있는 소갈비나 소고기 구이집이 있습니다. 그런 곳과 비교해 볼 때 벽제갈비가 그 맛을 뛰어넘는 곳은 아닙니다. 예전 고기 먹기가 힘들고 그래서 고깃집이 귀하던 시절부터 소갈비를 팔기 시작해 명성과 입소문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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